2009년 04월 23일
한국어를 못 들은 척.....
어제 마카티를 갔다가 집에 오는 길 (우리집은 퀘죤임-_-;)
버스에서 내려서 지프니를 한번 더 타야 우리집 빌리지 게이트앞에서 내리기에, 지프니를 탔다. 손님들이 지프니에 다 차야 출발하는 특성상 기다리고 있었는데, 평소에 나는 지프니나 FX를 타면 앞자리...그러니까 운전기사 옆에 앉는 걸 좋아해서 그 날도 지프니 운전기사 옆자리에 앉아있었다. 지프니에 손님을 꽉꽉 채우고 (내가 보기엔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어떻게든 태움), 내가 앉아있는 이인용 보조석 자리에도 (원래는 한명이 타야 적당한) 어떤 아저씨 한명이 탔는데 나를 힐끔 보더니 [안녕하세요] 비스무리한 말을 조그맣게 중얼거린다. 필리핀 사람처럼 생기지는 않았고, 중국인이나 일본인같아 보였는데 암튼.
'응? 뭐지? 방금 안녕하세요 라고 한 건가?' 라고 생각하며 그냥 쌩까고 멍때렸다.
손님이 다 차고, 지프니는 출발-
조금 지나니 또 [안녕하세요] 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림.
'아 뭐야, 어쩌라는 거야' 라고 생각하며 그냥 쌩까고 또 멍때렸다. 못 들은 척 하고 있음 못 알아들은 줄 알겠지 뭐.
집에 거의 다 와서 내리려는데, 뒷자석에 어떤 아주머니가 지프니 운전기사에게 길을 묻는다. 내 옆자리 아저씨는 뒤를 돌아보며 그 아줌마한테 길을 설명해줌. 따갈로그로 말하는데 뭔가 유창하진 않고 말투가 굉장히 부드러움.
게이트 근처에 도착했길래 [익스큐즈미] 하면서 내리니까 또 [안녕하세요] 이런다.
그 다음 나는 어떻게 했을까?
[네, 안녕히 계세요] 라고 했다면 굉장히 아름다운 광경이었겠지만-_-; 그냥 쌩까고 내 갈 길 갔다. 지프니는 출발.
이 이야기를 친언니에게 하면 [그냥 인사받아주지 뭘 그리 싸가지없이 까탈스럽게 쌩까냐] 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. 근데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척 하는 것도 싫고, 지프니에서 위험스럽게 [나 한국인이오, 돈 많은 외국인이오] 라고 광고 하는 것도 싫다. 그로 인해 시선이 집중되는 건 더더욱 싫고.
내가 그 아저씨의 [안녕하세요] 인사에 [하이] 라고 대답했다면 그 결과야 뻔하지 뭐.
[한국사람이예요?]
[한국 어디에서 왔어요?]
[나도 한국친구 있어요.]
[어디 살아요?]
[필리핀에 뭐 하러 왔어요?]
[필리핀에서 학교 다녀요?]
[학교 어디?]
[전공은?]
[필리핀이 좋아요?]
[남자친구 있어요?]
[한국남자친구?]
[왜 필리핀남자 안 사겨요?]
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나도 처음부터 한국어를 모르는 척 했던 건 아님.
# by | 2009/04/23 07:16 | wOw 필리핀 | 트랙백 | 덧글(8)






